이영라, 푸드 컨설팅 그룹 "프렙" 대표 & 요리연구가
(2013년 요리 디플로마 프로그램 수료)
르 꼬르동 블루-숙명 아카데미에서 프랑스 요리를 배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요리사가 되기로 마음먹고 양식의 기본기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요리학교를 찾고 있었어요. 유학하러 갈까 생각하고 있었고요. 그런데 2012년 봄, 신문에 난 르 꼬르동 블루 입학설명회 공고를 보고 100년이 넘는 전통의 세계 최고 요리학교가 서울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파리에 갈 필요 없이 서양요리의 정수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매력적이었어요.
르 꼬르동 블루 수료 후 어떤 일을 하셨나요?
<the Oyster bar>라는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1년 동안 일하다가 부암동에 <Prep>이라는 프렌치 비스트로를 오픈했습니다. 4년 동안 운영했고 많은 좋은 인연들을 만났습니다. 그 후 호텔 식음 외주 전문업체 (주)어반딜라이트에 입사하여 4개 호텔 안에 5개 식음료 업장을 총괄하였습니다. 2021년에는 위쿡이라는 푸드 테크 기업에서 R&D를 맡아서 했고요. 현재는 컨설팅 그룹 <프렙>을 운영하고 있고, 요리사이자 외식 컨설턴트, 미식 도슨트로써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너 셰프, 총괄 주방장, R&D 새로운 도전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즐겁게 요리하고 음식 재료를 깊이 있게 연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망설이지 않고 “Go” 합니다. 다양한 환경에서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협업하며 요리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일을 하는 건 신나는 일이죠.
요리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가치 있었던 순간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저는 요리를 하는 모든 순간을 가치 있게 생각합니다. 저에겐 요리는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목적'입니다.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요리하지 않습니다. 그냥 오늘 제 앞에 놓인, 제가 선택한 식재료가 최고의 순간에 최고의 조합으로 드시는 분에게 전달되기만을 바랍니다. 물론 그분이 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퇴근 후의 집에서도 간편식이나 배달 음식을 먹기보다는 저를 위해서 요리해요. 그 순간도 너무나 즐겁고 가치 있죠.
셰프 이영라의 다음 도전은 무엇인가요?
올해로 요리사가 된 지 10년이 되었습니다. 요리는 하면 할수록 더 재미있어서 어떻게 하면 현역으로 오래 주방에서 요리할 수 있을까 고민해요. 그래서 현재는 다가올 10년도 좋은, 경쟁력 있는 요리사가 되기 위해 저에게 중간 점검의 기간을 주기로 했습니다. 내가 식재료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하고 제일 맛있는 순간에 제일 맛있는 조합으로 손님께 음식을 내고 있는지, 메뉴 개발자로서, 미식 도슨트(전문해설사)로서 식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가 충분한지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그래서 지금 저는 연구년을 갖고 있습니다. 조금 더 먼 계획에 대해 살포시 공개하자면 페란 아드리아의 <엘불리 파운데이션>이나 네이선 미어볼드의 <모더니스트 퀴진>같은 푸드 테크 연구기관을 만들고 싶어요. 요리는 과학이니까요.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장점 그리고 단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 인지요. 단점은 전혀 없습니다. 최근에 일간지 인터뷰하는데 기자분이 ‘좋아하는 일은 그냥 취미로 남겨둬라.’ 라는 어른들의 조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더군요. 저는 그 말이 꼭 ‘진짜 사랑하는 사람 하고는 연애만 하고 결혼은 조건에 맞는 사람이랑 해`라는 말과 똑같이 들려서 불편하다고 답했어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지 말라는 건 비겁한 태도라고 느껴져요. 너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실패하거나 싫증이 나거나 잘하지 못할까 봐 두려운 것 아닐까요? 저는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어서 때로는 스트레스 받고 힘들어도 사랑으로 쉽게 극복한답니다.
셰프님의 단골 먹거리 쇼핑 장소는? 그리고 좋아하는 음식 재료는 무엇인가요?
저는 주로 마켓컬리에서 모든 식재료 쇼핑을 하고요. 나머지는 집 앞 약수시장에 가서 사는 편이에요. 오래된 시장들은 그 나름의 멋이 있으니까 주 1회는 꼭 갑니다. 갑자기 허브나 서양식재료가 필요하면 연희동 사러가 쇼핑센터로 갑니다. 그곳에 가면 웬만한 식재료는 다 있어요.
학교 재학 당시 가장 기억에 남은 에피소드는 어떤 것이 있나요?
기초와 중급을 가르쳐 주신 Chef Arnaud Lindivat는 무섭기로 유명한 분이었는데 조리 과정에서의 청결은 물론이고 실습 시간에 복장, 태도에 대해서도 엄격하셨어요. 조리실에 들어설 때 모자 제대로 썼는지, 타이 제대로 맺는지 등도 검사하셨고, 실습 시간에 노트를 자주 들여다보는 것도 혼을 내셨어요. “현장에서도 노트에 의지해서 요리할래?” 하시면서. 매번 너무 잔소리를 디테일하게 하셔서 힘들었는데 하루는 실습 도중에 저에게 오셔서 “영라, 너는 손이 너무 빨라서 문제야" 하시더군요. 요리를 빨리하는 것까지 혼이 나야 하나… 슬슬 반항심이 생기던 차에 이런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주방은 오케스트라 같은 거지. 하모니가 중요하고, 그래서 주변 동료들을 끊임없이 관찰해서 합을 맞춰야 해. 바이올린 혼자 잘났다고 빠르게 연주하면 모든 것은 엉망이 된다. 혼자만 잘하면 되는 독주회에 나온 것이 아니다. 너는 합주를 할 줄 알아야 해. 주변을 살펴라. 현장에서의 요리는 그런 거야.” 셰프님이 이 조언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저에게 정언명령처럼 남아있어요. 관찰력, 동료에 대한 배려, 하모니…주방에서 가장 중요한 3가지를 배운 날이었습니다.
요즘의 관심사 또는 취미가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세요.
요가를 하면서 몸의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껴요. 요리사는 오래 서 있어야 하는 직업이니까요. 최근에 바이크를 타기 시작했는데 시장에 다니기 편리하고 좋아서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요리사의 길을 가려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은 무엇일까요?
1~2년 만에 휘발되는 콘텐츠를 만들려고 한다거나 트렌드만을 쫓지 말고, 내가 진짜 뭘 좋아하고 뭘 잘하는지, 뭘 할 때 가장 행복한지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시기를 바랍니다. 나 자신에게 확신이 서야 주방 안에서 행복한 창조자가 될 수 있습니다. 단순 반복적인 일을 기계처럼 하는 노동자로 살 것이나 창의적인 예술가로 살 것이냐는 자기 자신에게 달려있습니다.
이영라 동문에게 르 꼬르동 블루란 어떤 의미일까요?
저에게 ‘요리사 정신’을 알려준 곳이라고 짧지만 명확한 정의를 내릴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