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호, 흥흥제과 대표
(2012년 요리 디플로마 프로그램 수료)
르 꼬르동 블루 숙명 아카데미에 입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15살 때 제이미 올리버라는 영국 요리사를 알게 된 이후부터 요리사가 꿈이었는데 군입대전까진 용기가 없어 시도를 못 하다가 조리병을 하면서 요리에 대한 확신을 가졌고, 일본의 유명 요리전문학교와 르 꼬르동 블루-숙명아카데미 중에 고민하다가 역사와 전통 있는 르 꼬르동 블루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재학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이나 경험은 무엇인가요?
저희 담당이었던 로랑 셰프님은 한국분이랑 결혼하시고 한국 문화도 잘 이해하신 분이셨는데 로랑 셰프님의 수업이 다 좋았지만, 그 중에서 셰프님의 장모님 된장으로 만들어주신 수플레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시연 전에 설명을 들었을 때는 된장 수플레의 맛이 상상도 안갔고, '프렌치에서 된장?'이라는 생각이 컸지만, 된장 수플레는 르 꼬르동 블루에서 배운 요리 중 손에 꼽을 정도로 맛있는 요리였어요.
그리고 재미있는 기억으로는, 르 꼬르동 블루는 수업 시작 시간을 굉장히 엄격하게 지켰는데 하루는 지하철을 잘못 타서 수업에 늦은 적이 있었어요. 결국 수업은 듣지 못하고 당시 좋아하던 여자친구를 만나러 수원에 갔던 기억이 있어요. 그 시절에는 모든 게 서툴렀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의 감정과 순간들이 젊음과 열정으로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아직도 그날 들었던 노래를 들으면 그 시절이 떠오르곤 합니다. 지금은 그 여자와 결혼해서 두 아이와 행복하게 살고 있어서 해피 엔딩이에요. 지금도 와이프는 순수했던 그때 일을 회상하며 웃곤 해요.
르 꼬르동 블루에서는 요리를 전공하셨는데, 현재는 디저트 브랜드를 운영하고 계십니다. 제과의 길로 방향을 잡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드디어 요리사가 되는구나! 라는 생각으로 르 꼬르동 블루에 입학했는데, 첫 수업에서 전체 요리와 메인 요리, 그리고 디저트를 함께 배우고 시식했던 경험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요. 물론 요리도 훌륭했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디저트의 맛이 굉장히 인상 깊어서 그때 처음으로 ‘요리사가 아니라 제과사의 길을 가야 하나?’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이후 기초반을 지나 초급, 중급 과정으로 올라가면서 어떤 날에는 요리사를 꿈꾸고, 또 어떤 날에는 제과사를 꿈꿀 정도로 졸업하는 순간까지 계속 고민했었어요. 그래서 두 분야를 모두 현장에서 직접 경험해보고 결정하자는 생각에 요리와 디저트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업장에 취업했고, 일을 하면 할수록 점점 제과 쪽에 더 마음이 가게 되었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제과에 집중하게 된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르 꼬르동 블루 수업에서 접했던 디저트들이 제 진로의 방향을 자연스럽게 바꿔준 계기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요리를 하는 사람들도 제과를 배우고, 반대로 제과를 하는 사람들도 요리를 함께 배워보는 경험이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두 분야는 전혀 다른 것 같지만, 재료를 이해하는 방식이나 맛의 균형, 구성에 대한 감각 등 서로 연결되는 부분이 굉장히 많거든요. 저 역시 요리를 배웠던 경험이 지금의 디저트를 만드는 데 큰 자산이 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대신 지금도 요리를 잊지 말자는 의미로 타르트를 만들고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타르트는 단순한 디저트가 아니라, 타르트 셸이라는 접시 위에 저만의 필링이라는 요리를 올려 구워낸 하나의 요리에 가까운 의미가 있거든요.
요리를 전공했던 경험이 지금의 디저트 개발이나 브랜드 운영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다고 느끼시나요?
처음엔 디저트 쪽으로 진로를 정하고 불안한 마음이 컸어요. 비전공자로서 전공자보다 잘할 수 있을까 했었고, 처음엔 아무것도 몰라서 애를 많이 먹어서 요리 전공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매장을 오픈한 지 14년 차인데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요리를 했던 경험이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아요. 과일을 자르거나 재료 손질을 할 때 누구보다 정확하고 빠르게 할 수 있고 메뉴를 짤 때 요리할 때처럼 짜는데 예를 들면 요리에서는 하나의 베이스에 소스를 다르게 하거나 요리법을 다르게 하는 식으로 로스 없이 메뉴짜는데 저도 디저트 메뉴를 짤 때 그런 식으로 짜는 편이에요. 하나의 베이스에 토핑을 다르게 한다던지 다른 베이스를 섞는 식으로 메뉴를 짜고 있어요.
유진호 셰프님이 생각하는 ‘좋은 디저트’는 어떤 디저트인가요?
좋은 디저트란 덜 해로운 디저트라고 생각해요. 디저트라는 것이 아무리 좋은 재료로 만든다고 해도 건강에 좋기가 쉽지는 않은데요. 저희 매장 슬로건이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되자 인데 슬로건처럼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만한 제철에 나는 재료로 덜 자극적으로 만드는 디저트가 제가 생각하는 좋은 디저트 같아요. 제철 재료는 요리할 때부터 추구했던 방향이기도 하고 흥흥제과의 첫 시작이 오가닉 디저트 가게였던만큼 지금도 유기농 밀가루를 쓰고 제철 재료를 사용하고 색소를 안 쓰는 것만큼은 지키고 있어요.
요즘 가장 관심 있게 보고 있는 음식이나 디저트 트렌드는 무엇인가요? 반대로 일부러 따라가지 않는 흐름도 있으신가요?
저는 일부러 유행을 따라가지 않으려고 해요. 그래서 주변에서 이야기해 주지 않는 이상 요즘 유행하는 디저트를 모른 채 살고 있어요. 저만의 틀을 지키고 룰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주변에 유행 따라갔다가 없어진 곳들을 많이 봐와서 그런지 유행을 파악하고 따라가야지 하는 마음은 없고 제 제품들은 유행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커요. 대신 말이 조금 이상하지만, 유행은 신경 쓰지 않지만 흐름은 파악하려고는 하고 있어요. 주말같이 바쁜 날엔 저희 매장에 줄서고 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땐 감사하고 기분도 좋지만 불안하기도 해요. 저희 매장도 훅하고 사라질까봐요. 그래서 유행은 신경쓰진 않지만 흐름은 따라가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지방(청주)에서 브랜드를 성장시키며 느낀 로컬 비즈니스만의 장점과 한계는 무엇인가요?
제가 르 꼬르동 블루에서 공부하고 청주에 다시 왔을 때 첫 시작은 흥흥제과사무소라는 10평짜리의 개인 작업실 겸 포장 전문점이었어요. 타르트를 메인으로 마카롱, 에끌레어, 슈, 구움 과자 등을 판매하였고 그 당시 서울에서 마카롱이 유행하였는데 청주에서는 마카롱을 파는 곳이 없어서 청주 시민분들이 마카롱이 많이 궁금하셨는지 많이 찾아주셨어요. 초창기 청주에서 마카롱 유행을 시킨 곳처럼 되어서 찾기 어려운 곳에 있었음에도 많은 분이 찾아주시는 공간의 되었지만 저는 유행은 무조건 끝난다는 생각으로 마카롱 유행이 한창이던 시점에 매장을 이전하면서 마카롱을 하지 않고 처음 생각대로 타르트를 메인으로 영업하였는데 가게 이전하고 첫 해엔 마카롱 없냐며 많이 아쉬워하셨지만, 요즘은 흥흥제과하면 타르트라는 생각을 많이 해주시고 요즘은 청주로 여행 오신 분들이 많이 기록을 남겨주신 덕분인지 타지에서도 많이 찾아주시는데 이것이 로컬 비지니스의 장점인 것 같아요. 아직 저희는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면 많은 분들이 그 지역을 생각할 때 떠올려주곤 하시니 이런 연관성이 생기는 것이 확실한 장점이 있지만 한계가 있다면 서울에서 성공하면 바로 전국구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는 지역 내를 벗어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고 정보력 자체도 아무리 시대가 달라졌다고 해도 여전히 차이가 큰 것 같아요.
최근 다양한 매체와 SNS를 통해 많은 관심을 받고 계신데, 브랜딩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감사하게도 매년 적어도 한두 번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유튜브에 초대되어 촬영을 했었는데, 잘하진 못하지만 일에 해가 되거나 유료 촬영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최대한 참여하려고 해요. 최근에 방송되었던 <천하제빵>이라는 프로그램도 처음 섭외 요청을 받았을 때는 부담도 있었지만 재미있게 촬영했고, 이후 더 많이 알려지면서 많은 분이 찾아와주시는 것 같아요.
저희는 큰 자본이 들어간 브랜드도 아니고 광고에 많은 비용을 투자할 여유도 없기 때문에, SNS에서 손님들이 남겨주시는 좋은 피드나 언론 매체의 좋은 제안들이 굉장히 값진 홍보 기회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저희가 억지로 만들어낸 이미지가 아니라 주변에서 자연스럽게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주시는 것이, 다른 분들에게도 “좋은 브랜드구나”라는 인식을 주는 것 같고요. 그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르 꼬르동 블루 동문이라는 점이 많은 분들에게 신뢰를 주는 부분도 있다고 느껴요. 실제로 방송이나 인터뷰, 다양한 외부 활동을 하다 보면 르 꼬르동 블루 출신이라는 점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경우도 많고, 그런 부분들이 브랜드를 소개하는 데 있어서 좋은 연결점이 되어주는 것 같아요. 저 역시 르 꼬르동 블루에서 배운 경험과 시간을 자부심 있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 외식·디저트 업계를 꿈꾸는 학생들과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가 가끔 백화점 문화센터나 학교에 클래스를 갈 때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꼭 하는 말인데 냉정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하지 말라”고 해요.힘든 일이니 쉽게 덤비지 마라”. 단순히 좋아 보여서 하는 거라면 “취미로 해라”라고 꼭 말하는데 남들이 보기엔 주방일이 멋져 보일 순 있어요. 하지만 주방은 전쟁터 같아요. 매 순간이 위험하고 최소 10시간 이상을 서서 일하는 육체노동이에요.
하지만, 이 말을 듣고도 도전하는 분들이라면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좀 더 어렸을 때 도전해 보고 르 꼬르동 블루같은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기관에서 배워보라고도 말씀드리고 싶네요.
앞으로 흥흥제과와 유진호 셰프님의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요?
저는 메모장에 앞으로 5년 안에 이룰 목표들을 적어 놓는데요. 운이 너무 좋아서 감사하게도 많은 것들을 이룰 수 있었어요. 그럼에도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는데 바로 저만의 레시피 북을 만드는 것이에요.
나에게 르 꼬르동 블루란?
나에게 르 꼬르동 블루란 디저트 셰프라는 꿈을 꾸게 해준 곳 같아요. 중학생 때부터 요리만 바라고 꿈꾸며 살았는데 저조차 요리가 아닌 디저트를 만드는 사람이 될지는 몰랐거든요. 첫 수업의 첫 디저트가 제 인생을 바꿔준 고마운 순간이자 맛이었어요. 항상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