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를 직업으로 선택하기까지, 어떤 결정적인 순간이 있었나요?
무엇보다 저는 요리가 사람들을 한 공간에 모이게 하고,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가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사람들이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되잖아요. 저는 어릴 때부터 그런 장면이 참 좋았습니다.
요리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그래서 요리사는 어느 날 갑자기 선택한 직업이라기보다는,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마음속에 품고 있던 꿈에 가까웠습니다.
르 꼬르동 블루-숙명 아카데미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요리사의 길이 쉽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특히 저는 모든 요리의 기본이 되는 프렌치 요리를 꼭 배워보고 싶었습니다. 재료가 가진 본연의 맛을 끌어내고 응축시키는 프랑스 요리 기법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거든요. 그리고 르 꼬르동 블루가 가진 세계적인 명성과 탄탄한 커리큘럼도 선택하는 데 큰 이유가 되었습니다.
재학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이나 순간을 하나만 꼽는다면?
재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롤란드 히니 셰프님께 레스토랑 근무를 제안받았던 일이에요. 그때 오전에는 학교를 다니고, 오후에는 실제 레스토랑에서 일을 했습니다. 학교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막상 현장에 가보니 완전히 다른 세계더라고요.
학교에서는 기본기와 기술을 배웠다면, 레스토랑에서는 그 요리가 손님의 니즈를 만족시켜야 하고, 음식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손님과 소통해야 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요리를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사람들의 만족을 만들어내는 일, 그리고 하나의 사업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졸업 후 모던 이탈리안 레스토랑 '바티토'를 오픈하기까지, 어떤 여정이 있었나요?
코로나 시기에 먼저 ‘라구라구’라는 매장을 운영했어요. 처음에는 그때 상황에 맞춰 이탈리안 배달 음식으로 시작했는데, 음식을 드셔본 분들이 직접 매장으로 찾아와 주시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테이블을 놓게 됐고, 이후에는 코스 메뉴까지 더하면서 1인 셰프 매장으로 조금씩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제 요리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이 생겼고, 그 마음을 바탕으로 확장 이전을 하게 된 곳이 지금의 '바티토'입니다. '라구라구'라는 이름 대신 새로운 상호를 선택한 건, 손님들께 더 발전된 요리와 새로운 공간을 보여드리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바티토'는 '라구라구'를 기억하고 찾아와 주신 손님들, 그리고 새롭게 발걸음해 주신 손님들이 함께 채워가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바티토'라는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그리고 이 공간을 통해 전하고 싶은 것은?
'바티토'는 이탈리아어로 ‘심장박동’을 뜻해요. 저는 그 단어를 ‘두근거림’이라는 감정으로 해석했습니다. 손님들이 '바티토'에 오기 전부터 “오늘은 어떤 요리를 먹게 될까?” 하고 기대하면서 설렜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맛있는 요리를 만났을 때의 두근거림, 좋아하는 공간을 다시 찾을 때 느끼는 반가운 두근거림을 이름에 담고 싶었습니다. '바티토'가 단순히 식사를 하는 곳을 넘어, 오기 전부터 기분 좋은 기대가 시작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르 꼬르동 블루에서 배운 프랑스 요리 기법이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지금, 어떻게 살아있다고 느끼시나요?
르 꼬르동 블루에서 배운 프랑스 요리 기법은 재료의 맛을 최대한 끌어내고 응축하는 방식, 그리고 정확한 조리 타이밍으로 맛의 레이어를 쌓아가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이탈리아 요리는 재료 본연의 맛을 간결한 조합으로 표현하는 요리인데, 여기에 프랑스 요리 기법이 더해지면서 맛의 깊이를 한층 더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바티토'의 요리들은 편안하고 익숙한 이탈리안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한입 한입에서 조금 더 선명하고 강한 인상을 드릴 수 있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창업 후 '이건 생각과 달랐다'고 느낀 순간이 있다면?
크리스마스 같은 연말 시즌에 맞는 코스를 정말 힘을 많이 줘서 준비한 적이 있어요. 플레이팅도 더 섬세하게 하고, 평소에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재료들을 사용해서 특별한 요리를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손님들이 원했던 건 낯설고 화려한 요리보다는, 익숙하지만 맛있는 음식, 심플하지만 만족감이 확실한 음식에 더 가까웠던 것 같아요. 그때 셰프가 생각하는 좋은 요리와 손님이 만족하는 요리 사이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지금은 제가 하고 싶은 요리와 손님이 만족하는 요리 사이의 균형을 찾는 과정이 레스토랑 운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SNS에서 주목받는 요리와 실제 레스토랑에서 선보이고 싶은 요리, 두 가지가 다를 때 어떤 기준으로 결정하시나요?
결국 레스토랑은 손님이 직접 드시고 만족해야 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사진으로 봤을 때 예쁜 요리가 실제로도 맛있고, 식사의 흐름 안에서도 자연스럽다면 가장 좋겠죠. 하지만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저는 손님이 드셨을 때의 만족감을 더 우선합니다. 그래서 메뉴를 결정할 때는 “이 요리가 다시 먹고 싶은 요리인가”, “'바티토'의 식사 경험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가”를 가장 중요하게 봅니다.
요리를 배우고 싶은 후배들에게 '르 꼬르동 블루'를 권하고 싶다면,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요?
요리를 대하는 기본기와 기준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레시피를 따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왜 이 조리법을 사용하는지, 재료의 맛을 어떻게 끌어내야 하는지, 어떤 타이밍에 어떤 판단을 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요리는 시간이 지나면 결국 각자의 스타일로 발전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스타일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탄탄한 기본기가 필요하다고 느껴요. 르 꼬르동 블루는 저에게 그 기본기를 만들어준 곳이었고, 후배들에게도 요리를 오래 이어갈 수 있는 단단한 출발점이 되어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바티토', 그리고 셰프로서의 다음 챕터는 어떤 모습인가요?
앞으로의 '바티토'는 더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바티토'라는 이름처럼, 손님들이 방문하기 전부터 두근두근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프렌치 이탈리안을 추구하는 만큼, 익숙한 이탈리안 안에 프렌치 기법으로 깊이를 더한 '바티토'만의 색깔 있는 메뉴들을 계속 만들어가고 싶어요.
제 명함에는 “YOUR CHEF”라는 문구를 적어두었습니다. 이건 거창한 의미의 셰프가 아니라, 손님 한 분 한 분에게 “당신만의 셰프가 되어드리고 싶다”는 마음을 담은 말이에요. 앞으로는 '바티토'의 레시피를 담은 소스들을 통해, 레스토랑을 넘어 더 많은 분들의 식탁에서도 '바티토'의 맛을 전하고 싶습니다.
맛있는 음식이 필요한 순간, '바티토'가 ‘당신만의 셰프’처럼 떠오르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 제 다음 목표입니다.
나에게 르 꼬르동 블루란?
두근거림입니다. 지금의 '바티토'가 손님들에게 설렘과 두근거림을 전하는 공간이라면, 저에게 르 꼬르동 블루는 요리사의 꿈이 현실로 움직이기 시작한 첫 번째 두근거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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